걸어가는꿈

아수나로 신입회원 분들을 위해 쓴 기본 소개

공현 2010. 7. 18. 02:38

아수나로 신입회원 분들을 위해 쓴 기본 소개


◐ 이건 기본!



1) 청소년인권 문제는 사회 문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청소년인권 침해 앞서, 그 순간에 인권침해의 가해자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교사든 부모든 어른이든 다른 청소년이든 경찰이든...)들이 개새끼들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님 거기서 좀 나아가서 ‘어른들의 꼰대의식과 편견’이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인권 문제는 ‘사회문제’입니다. 청소년인권 문제는 신체적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아동․청소년들을 이 사회가 어떻게 대하고 있느냐 하는 데서부터 비롯됩니다. 또는 이 사회가 어린이․아동․청소년(미성년자?)들을 규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청소년인권 문제의 원인은 어느 개개인의 의식이나 편견이 아니라, 가정과 학교 등 사회구조들입니다. 개개인의 의식은 그런 사회구조에서부터 형성된, 그러면서도 그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는 한 요소입니다. 많은 사람들, 대다수의 사람들이 청소년들에 대해 특정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사회적인 문제겠죠?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인권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의제(이슈)입니다. 이건 단순히 누가 헌법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국제인권조약(「유엔아동권리협약」이라거나;)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여기 청소년들의 삶과 관련된 사회제도, 경제구조, 사회적 의식 등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아수나로는 비정치적인 운동이 아니라 아주 정치적인 인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2) 행동만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문제인 청소년인권 문제는 가만히 기다리거나 불평만 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어느 개개인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바뀌지 않습니다.(물론 개개인을 설득하는 건 과정에서 필수적!) 사회를 바꾸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 행동이란 기존의 사회 구조, 제도, 사람들의 인식 등에 문제제기하고 불복종하고 그런 것들을 흔들고 균열을 내는 활동입니다. 인터넷에서든 집에서든 거리에서든 토론회장에서든 언론을 통해서든, 공적으로 이야기하고 공론화(이슈화)시키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공개적으로 우리에게 기존 사회가 요구하는 행동을 거부하고 다른 행동을 하고… 이런 것들입니다.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생각, 다른 꿈을 이야기하고 바꾸자고 주장하고 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에 같이 하게 만드는 것, 자기 인권을 얘기하며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세력을 이루는 것이 사회를 바꾸는 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입니다.

아수나로 게시판에서 보면 아수나로가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서의 행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건 인터넷 카페나 게시판에서 자기 불만만 막 싸질러놓는 분들 때문에 생긴 약간의 노이로제 때문…(퍽!) 자기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동네에서의 행동이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온라인도 중요한 홍보․소통의 장인 것도 사실이고 아수나로는 온라인도 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주구장창 올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3) 아수나로는 비정부, 비영리 청소년인권단체입니다.

아수나로는 비정부, 비영리 청소년인권단체입니다. 흔히들 NGO라고 부르죠? 아수나로는 정부기구가 아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아닙니다.(가끔 혼동하시는 분들이 진짜 있음!) 아수나로가 무슨 경찰처럼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수나로 와서 카페 회원 분들이 아무리 신고를 하고 살려달라고 하셔도 저희는 살려드릴 힘이 없습니다. 그저 직접 청소년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행동하고 요구하고 주장할 뿐입니다.

아수나로는 가능한 한 정부-국가권력과 기업-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청소년인권을 주장하고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부와 기업의 간섭을 받을 소지가 있는 후원금이나 프로젝트는 받지 않습니다.(물론, 주지도 않습니다. ㅋㅋ 아 잠깐 눈물 좀 닦고…) 가끔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청소년인권 관련 사업을 같이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공익재단 등을 통해서 기금을 받는 일이 있는 정도입니다.



4) 청소년‘선도’운동과는 안 친합니다.

보통 ‘청소년운동’이라고 하면 청소년들에게 뭐 담배 피지 말아라, 성관계하지 말아라, 탈선하지 말아라, 가출하지 말아라, 이런 것들을 의미했습니다. 말하자면 청소년‘선도’운동입니다. 아수나로는 청소년을 어른의 관점에서 훈육 대상으로 보아 ‘지도’하고 ‘계몽’, ‘규제’하려 드는 청소년선도운동과는 사이가 나쁜 편입니다.

아수나로는 청소년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고, 주장을 이야기하고, 행동함으로써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청소년보호주의, 청소년보호법 등에 비판적으로 접근합니다. 아수나로는 “왜 청소년들에게는 술 담배가 금지될까?” “왜 청소년들은 섹스를 하면 안 된다고 하지?” “청소년들은 왜 가족에게 매여 있어야 할까? 가출이나 독립은 권리가 아닐까?”라고 묻고 청소년인권의 관점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새롭게 풀어내는 사람들입니다.

(가끔 아수나로에 와서 금연운동이라거나 청소년보호법 뭐시기 하자는 분들이 있어서… 아수나로에선 청소년보호법 폐지하자는 이야기도 가끔 하는데;;)



5) 아수나로 안에서는 평등한 관계를 추구합니다.

아수나로에 처음 온 사람들이 많이들 당황하는 게 존댓말/반말 문제입니다. 아수나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 당연히 말을 놓는 문화가 나이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와 무관하게 친해져서 서로 편한 사이가 되고 서로 동의했을 때 말을 놓고 반말을 하는 게 평등하고 인간적인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수나로 안에서는 초등학생과 30대가 말을 놓고, 19살이 14살과 서로 존댓말을 합니다. 우리는 서로 평등한 인간으로 만나야 하지, 나이에 따라 ‘윗사람’ ‘아랫사람’으로 만나선 안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이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아수나로는 기존의 사회 질서와는 다른, 인권적인 문화와 질서를 추구합니다. 아수나로 안에서는 학교 성적이 좋다는 것은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학벌이 좋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 돈이 많다는 것은 자랑이 되어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그럼으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힘을 반성하고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여성은 머리가 길고 남성은 머리가 짧다든지, 여성들이 청소를 더 잘한다든지 등등)이나 외모에 대한 차별, 성소수자를 생각지 않는 문화(간단한 예로 여성에게 “애인 있어요?”라는 말을 “남자친구 있으세요?”라고 묻는 건 그 사람이 당연히 이성애자일 거라고 가정한 질문이겠죠?;) 등은 우리가 모두 바꿔나가야 할 것들입니다. 아수나로에는 이런 것들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예방하고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대처하기 위해 「반인권적 행위 내규」가 있습니다.

※ 장애인/빈곤층 접근권 등도 최대한 고려해야 하지만 기존의 사회적 조건과 아수나로의 가난함 등 때문에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