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를 위한 탁상공론

공현 2012. 3. 31. 17:10

호랑이 간담회 때 쓴 내용에 비해 좀 더 개량하고 약간 더 덧붙인 내용입니다. 공현은 2달 동안 활동을 쉬고 있으니까 이런 걸 막 쓰고 앉았습니다....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를 위한 탁상공론

공 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 / 오답승리의희망 편집진)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 이미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청소년 활동가들이 이야기해왔고, 꿈꿔왔던 과제이다. 청소년들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서, 운동의 힘을 가지기 위해서, 대중조직화 또는 대중조직의 필요성은 숱하게 이야기되어왔다. 친목모임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동아리―서클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소수의 급진적 활동가들만의 운동을 벗어나야 한다, 그 많은 지적과 요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결국 대중조직화․대중조직의 필요성이었다.


2000년 무렵부터 이미 그 꿈은 어렴풋하게 그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2000년 만들어진 전국중고등학생연합도, 2008년 촛불집회 속에서 만들어진 전국청소년학생연합도, 그리고 어쩌면 전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역시 2000년 무렵 만들어진) 역시도 성격은 서로 다르더라도 전국 청소년운동 대중조직을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 1980년대에 "자주적 학생회"를 건설하려 하고 여러 조직을 만들었던 고등학생운동 때부터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는 절실한 꿈이었으리라.


그렇다. 분명, 대중조직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다.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가 대중조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 청소년 활동가라고 하더라도, 대중조직화․대중조직이 있으면 좋겠다, 있어야 한다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구체적으로 청소년 대중조직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며 운영돼야 하는지, 대중조직화와 대중조직, 대중운동의 개념상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런 것들이 약간 불분명한 것이 현실이다. 1980년대 노동․통일․대학생․좌파운동 등등을 자기화한 운동론․조직론도 있었고, 이에 따른 성과도 실패도 있었지만, 지금 시점에서 청소년운동에 이를 적용하기에는 사회적 상황이나 청소년운동의 현실 등도 다소 부적합해 보인다. 그리고 개중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이론에 경도되어 지금과는 언어가 맞지 않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도 있고 말이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차원에서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에 대해 정리하고, 또 현재의 청소년운동이 염두에 두어야 할 방법들과 구체적인 목표들을 설정하고자 한다. 물론 이 글은 뭐 면밀한 연구나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역거부로 인한 수감을 며칠 앞두고 잉여로운 시간 동안에 그동안 어렴풋이 생각해왔던 것들을 정리해보려는 것에 불과하다. 대중조직화는 이런 글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고, 직접 발로 뛰고 사람들을 만나고 실천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이 글이 "대중조직화․대중조직"이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이 들리는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구체적인 생각과 실천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 글은 탁상공론이므로 이 글에서 이야기한 것 그대로 운동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를 비판하고 반대하고 부분적으로 지지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논의와 활동이 촉발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랄 뿐이다.



◎ 대중조직․대중조직화에 대한 개념 정리


먼저 가장 기본적인 부분, "대중조직화"란 무엇인지, "대중조직"은 또 무엇인지부터 정리하겠다. 의외로 잘 개념 정리가 안 되어있는 것이다. 먼저 대중조직이란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검색해보니 대중조직은 "각계각층에서 공통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반 대중들로 조직된 사회단체. 노동조합, 소비자 보호 단체, 압력 단체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전적 정의는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맥락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예컨대 우리가 운동에서 "대중조직"이라는 말을 쓸 때, 그 말은 보통 "활동가조직" 등의 말들과 대비를 이루면서 그 의미를 얻게 될 것이다. 즉 소수의 활동가들이 이슈파이팅을 하거나 위험성이 높은 희생적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수의 사람들이 활동하는 조직이 대중조직인 것이다. 이러한 대중조직은 참여하는 사람의 수나 재정, 사회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사회 변화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대중조직은, 쉽게 말해서, 사람들의 생활의 '현장'에서부터 상당수의 대중들이 조직되어 있는 형태의 조직이다. 여기서 대중은 불특정 다수일 수도 있고, 노동자, 여성, 농민, 청소년, 대학생, 특정 지역의 주민 등 특정 다수를 가리키는 경우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노동조합총연맹 같은 것이다. 지역 당협(과거 지구당)이나 기타의 여러 조직들을 통해서 다수의 대중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정당들도 일종의 대중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조직이 대중조직이라고 불리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조건을 생각해볼 수 있다.


㉠ 숫자. 조직화된 사람들의 숫자가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 하는 것은 대중조직에서 필수이다. 전체 집단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5천만 한국 인구를 생각해볼 때 아무리 못해도 수천명 이상 조직화되어 있어야 어엿한 대중조직이라고 불릴 수 있다. 아니면 수천명의 조직화를 구체적인 목표로 두고 이루어나가고 있는 중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작은 지역이나 집단 안에서의 대중조직인 경우엔 수백명 정도 수준이어도 되겠지만, 여하간 전체 집단에 비했을 때 어느 정도의 비율과 숫자는 갖추고 있어야 대중조직이라고 부를 만하다.


㉡ 현장성. 대중조직은 그 대중조직을 이루는 대중들의 삶의 현장에 밀착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의 구성원들이 개인화되어서 그냥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 있기만 하는 형태의 모임은 대중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대중들의 삶의 현장에까지 직접 조직화의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야만 비로소 대중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일터, 지역, 학교 등 여러 삶의 현장에 그 구성원들을 조직화하는 단위가 꾸려져야 있고, 그 단위가 현장의 목소리와 현실을 대중조직의 운동에 전달, 반영시켜야 한다.


㉢ 목적․의식. 대중조직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대중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대중들 공통의 이해관계나 권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대중조직은 공통의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식이라는 것은 뭐 거창한 이론이나 이념이 아니어도 좋은데, 여하간 그 목적을 달성할 방법론이라거나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 구성원들 사이에 어느 정도 동의가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중조직들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내부에서 많은 논쟁을 하기도 하고 의견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선까지는 동의가 이루어져 있고 아주 이질적으로 갈리지는 않기 때문에 조직이 꾸려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중조직은 다음과 같은 성격들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① 대중조직 안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일단 사람들의 숫자가 많으니까 이건 거의 필연적이다. 설령 그 대중조직의 목적과 의식 등에 동의하는 사람들끼리라고 하더라도, 성격이라거나 사고방식이라거나 인간성이라거나 여러 성격들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② 대중조직은 대의제․관료적 운영 방식을 일부 취한다. 이 역시 대중조직이 사람 수가 많고 덩치가 큰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관료화 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또한 대중조직의 현장성은 대중조직의 결정 구조가 다분히 단계적인 형태를 가지도록 하기 때문에, 대의제의 도입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중조직은 관료화되고 상층 간부들의 사조직화 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원칙과 힘을 잃지 않도록 경계하고, 때로는 견제하는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중조직화"란 어떤 것인가?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은 "대중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중을 조직화하여 대중조직을 만드는 과정, 그것이 바로 대중조직화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대중조직화는 여러 개의 현장에서 대중들을 조직화하고 그 조직들을 연합시킴으로써 이루어질 수도 있고, 중심이 되는 대중조직을 지향하는 조직을 먼저 만들고 그 조직을 구심점으로 삼아 여러 현장 조직들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예컨대 선진적 활동가들의 노력에 의해서나 자생적인 형태로 공장별 민주노조를 만든 후 그 노조들이 연합하여 노동조합총연맹(노총)을 결성하는 경우라거나, 또는 처음부터 산별노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거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같은 경우)를 건설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조직을 만들어서 대중들을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중조직화"가 반드시 "대중조직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중조직이라는 형태를 가지지 않더라도 대중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조직되어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즉 대중을 조직화하는 것 그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대중조직화일 수도 있다. 대중조직이라는 형태의 필요성이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중조직의 중간 단계나 전후 단계로 이러한 포괄적인 대중조직화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예일지 모르겠는데, 프랑스의 경우 노조 조직률은 한국보다 더 낮은 8~9%를 기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단체행동 등에 참여하는 경향은 한국보다 더 높다. 프랑스의 노조 조직률이 낮아진 것 자체도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겠으나, 여하간 이는 노동조합 같은 통일된 대중조직의 형태로 조직화되지 않더라도 기타 문화적 부분이나 사회의 여러 조건들을 통해 노동자 대중들이 '조직화'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아닐까. 즉, 하나의 통일된 대중조직의 형태를 가지지 않더라도, 대중은 조직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의 어려움


나는 가능한 한 청소년운동에서도 대중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과제가 대중조직을 바로 만드는 것인지, 또는 청소년 일반의 대중조직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좀 유보적인 입장이다. 대중조직의 형태라면 청소년 일반의 대중조직이 아니라, 초중고등'학생'들의 대중조직이나, 청소년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같은 식으로, 여러 청소년들의 상황에 따라 다른 대중조직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솔직히 말해서 어떤 형태가 잘 작동하고 좋은 효과를 낼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해도 나는 청소년운동에서 대중조직을 직접 건설하려는 형식이든, 대중조직을 바로 건설하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이든, 여하간 "대중조직화"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가 여러 어려운 점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어려움이란 게 복합적이다. 우선은 대개의 운동들이 한국 사회에서 조직화를 할 때 겪는 문제인데, 탄압이라거나 한국 사회의 보수성이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여하간 뭔가 이런 집단을 이루고 활동에 조금이라도 참여하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학교로부터 가정․친권자로부터 직접적으로 탄압을 받기도하고, 아니면 경쟁교육의 압박 때문에도, 적지 않은 장벽과 위험부담을 가진다. 이런 조직화를 금기시하고, 청소년들의 정치활동 등을 죄악시 하는 사회문화적 풍토 역시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때로는 청소년 조직화에 나선 활동가들이 직접적으로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거나 하는 일도 일어났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다른 운동들 역시 한국에서라면 어떤 형태로든 겪게 되는 것이니 뭐 그렇다고 치자. 이제 청소년운동의 특수성을 따져보기 시작하면 아주 그냥, 돌아버릴 것 같다. 가장 먼저,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은 매우 그 기간이 짧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청소년 정체성은 보통 길어야 10년이면 끝이고, 대개의 경우 청소년운동 같은 것을 알고 활동하기 시작하는 게 10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3~4년이 고작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조직화될 절실성이나 필요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몇 년만 참으면 되는데"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먹히는 것이다. 여성, 동성애자, 장애인, 노동자, 주민 등 잘 변하지 않는 정체성의 대중들을 조직화하는 경우가 청소년운동에게는 그다지 참고가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한 건 대학생운동 등 몇 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적인 문제도 있다. 대중조직화 작업은 보통 상당히 긴 기간을 필요로 하는데, 청소년기가 짧다는 것은, 기껏 열심히 조직화해놓은 사람들이 몇년만에 금방 청소년이 아니게 사라져버린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청소년 대중조직화 사업은 양적으로 잘 성장하지 못하고, 한 부분을 조직화해놓으면 그 전에 조직화했던 다른 쪽이 없어지고 하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곤 한다. 만일 조직화 정도를 "지금 현재 청소년인 사람들 중 몇 명이나 가입되었나" 같은 척도로 판단한다면, 청소년운동은 그 조직화 정도가 자연 감소하는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물론 어느 운동이든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청소년운동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하다.


두 번째는 돈이다. 한국에서 청소년들의 경제적 생활은 다수가 가정․친권자에게 종속되어 있다. 즉 청소년운동을 하면서 청소년 대중을 조직화해서 '회비'를 걷는다거나 해서 조직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회비를 걷더라도 아주 소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이 그래도 비교적 조직화를 하면 조합원들의 '조합비'라는 형태로 활동에 필요한 돈을 조금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가볍지 않은 단점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보편적인 복지제도나 공공 사회 시설도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는 이 단점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한국 사회에서 변화하는 노동시장 등 경제 구조라거나 청소년들의 시간을 대부분 규율하는 독특한 입시경쟁교육 문화라거나 다른 집단들에 비해서 공식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권리(선거권이든 뭐든)조차도 완전히 부정당하고 있다는 점, 비청소년 사회운동들조차도 청소년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 등,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의 어려움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 번은 우스갯소리로 공장은 위장 취업이 되는데 학교는 위장 입학․전학이 안 돼서 문제라고 한 적도 있다.) 뭐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에게는 당장의 해고 위험이나 자본과 국가의 직접적인 폭력 같은 노동자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장애인운동 역시 한국 사회에서 이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그래서 어떤 형태의 대중조직화가 청소년운동에 적합한지 생각해볼 때 유의해야 할 문제일 뿐, 대중조직화 자체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대중조직화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나는 청소년운동의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둔다면, 당장 대중조직 건설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대중조직화에 나서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운동에서 "대중조직"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는 것은 대중조직을 만들고 참여하는 등 청소년들의 활동의 자유가 좀 더 보장받고 위험부담이 적어진 후에야 가능하지 않을까? 대중조직의 현장성이라는 성질을 생각하면 학교나 일터, 지역(지역으로 들어가면 가정과 무관해지기도 어렵다.)의 상황과 전혀 상관없이 대중조직이 만들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긴 시간을 들여 아래에서부터 조직화해내서 연합을 꾸린다는 형태부터가, 청소년운동의 특성상 시간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누군가가 청소년운동의 학교 현장성을 강조하며 몇몇 학교들을 성공적으로 조직화해내고 좋은 운동의 사례들을 만든다고 치자. 이제 그 학교들의 성공사례를 알리고 다른 학교들을 조직화하러 나설 즈음이면, 그 몇몇 학교들의 조직들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상당수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더군다나 한 학교에서 성공한 방법이라고 해서 다른 학교에서도 성공적이리라는 보증은 거의 없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와중에 학내조직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여러 학교에 늘어나고 이 조직들이 연합하여 대중조직을 꾸릴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 오해는 마시라. 그렇다고 해서 학내조직화나 사례를 만들어내고 시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니까. 단지 그 방법을 통해서 곧바로 대중조직 건설을 노리는 코스가 어렵고 다른 우회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숱하게 고등학생운동이나 청소년운동 안에서 만들어보려고 시도되어 왔던 학생회연합 같은 형태의 조직이, 아마 지금보다 나아진 조건 없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대중조직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들로 나는 일단은 대중조직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포괄적 의미에서 대중조직화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대중조직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청소년 대중조직화 장기 목표 : "10대 청소년 1% 조직화"


청소년운동의 경우에 대중조직화를 이루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냐는 의문을 많이들 가지게 된다. 예컨대 현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회원 수가 약 140명가량 되는데, 이건 대중조직인가? 아님 500명이 넘어야 대중조직일까? 아님 수십만명? 앞서 말했듯이 어느 정도 숫자 이상이어야 대중조직이라고 말할 만한 정확한 기준은 아무데도 없다. 그런 걸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다만 나는 여기에서 청소년운동이 앞으로 목표로 삼을 만한, 의미있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보려고 한다.


현재 한국의 10~19세, 10대 인구는 약 660만명이다. 나는 일단 이 10대 인구의 1%, 6~7만명을 조직화하는 것을 청소년운동의 장기적 대중조직화 목표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1%라는 수치는 계산과 기억을 편하게 하기 위해 편의상 잡은 것으로, "1% 운동" 같은 식으로 활동가들이 기억하고 목표로 삼기 쉽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6만명이라고 하니 매우 많아 보이지만,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정도인데도 그 조직률이 낮다고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1%는 결코 높은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숫자로만 봐도, 예컨대 우리가 그렇게 자주 욕하곤 하는 전교조의 경우에도, 교사의 수는 전체 10대 청소년의 수에 비하면 아주 적지만 조합원 수는 현재 8만여명이다. '조직화'라는 게 그 인원 모두를 '활동가' 수준으로 만드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은 새마을운동 같은 관변적 조직을 제외하면 대중조직화가 잘 돼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비교해보면 노동조합 쪽의 조직률이 오히려 높은 편일 정도이니까, 앞서 논의한 청소년운동의 여러 걸림돌들을 생각하면 1%라는 수치는 상당히 높게 잡은 목표치라고 볼 수도 있다.


1% 조직화. 이는 곧 10대 청소년 100명 중 1명은 조직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한 학교를 약 1000명 정도로 생각하면 그 중 10명은 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이고, 수도권이라면 약 3만명 정도가 조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조직화'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감을 잡아볼 필요가 있다. 수만명 전부가 일상적으로 청소년운동에 높은 수위의 참여를 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할 터이다.


조직화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가장 떠올리기 쉬운 것은 조합원․회원․당원 같은 것으로 가입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렇지만 또 곰곰히 따져보면 형식적으로 가입만 하고 있다고 해서 조직화가 되었다고 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페이퍼 당원이니, 돈만 내고 노조의 활동에 공감하지도 참여하지도 않는 조합원 같은 존재들은 어디에나 있다. 조직화의 형태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본질을 찾으라고 한다면 역시 '접촉'과 '교류'일 것이다. 즉 지속적으로 접촉과 교류가 이루어지고, 조직으로부터 구성원에게로, 구성원으로부터 조직에게로 정보와 행위가 오가는 것이 조직화의 본질이다. 즉 조직화가 잘 되어 있다면,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과 그 조직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조직에서 제공하는 일정한 통로와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의견이나 정보를 전달하고 반영할 수 있고, 조직 역시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공동의 행동을 하도록 참여를 이끌어내서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조직 입장에서 볼 때는 '동원 가능한' 사람들, 또는 조직의 운동 과정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교육하고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곧 조직화되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반면, 구성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때로는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과 정보, 이해관계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얻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경로가 조직화일 것이다. 물론 이건 단순화시킨 도식이고, 실제로는 조직 내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관계 맺기가 일어나고 이런 요소 역시 조직화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요컨대, 청소년운동에 6만명이 조직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이 단일한 대중조직에 그 6만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그 6만명의 참여로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또는 좀 더 느슨하더라도 청소년운동 전반에서 만든 여러 창구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접촉․교류하여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고 행동에 참여하도록 해볼 수 있는 청소년의 수가 6만명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조직화의 방식이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일 1% 조직화가 현실화된다면, 청소년운동은 온힘을 쏟아 부었을 때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청소년들의 힘을 수도권에만 1~2만명 가지고 있다는 것이며, 전국적으로 움직였을 때도 3~4만 이상의 청소년들이 함께 뜻을 모아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청소년운동이 극소수의 청소년 활동가들에게만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청소년 대중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이다. 그리고 과거 여러 자발적으로 일어났던 촛불집회나 대중운동의 경험을 돌아보면, 3~4만명이라는 것은 청소년들이 마음을 모아서 행동에 나설 만한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조직화되지 않았으면서도 동조하는 청소년들이 큰 부담감 없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심리적 선을 그럭저럭 넘기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1%, 6만이라는 조직화된 인원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획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할 때에도 필요한 최소치를 만족시키는 숫자와 비율이다. 적어도 100명 중에 1명 정도 꼴로는 조직화되어 있어야, 두 다리나 세 다리 정도를 건너서 청소년 대중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다.


좀 더 실감나는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별 10대 인구(2012년 2월 기준) 통계를 바탕으로 1% 조직화를 했을 때의 숫자를 표로 만들어보았다. 물론 실제로 활동에 나섰을 때는 운동내외의 우연적 요소나 지역 분위기, 여건 등으로 인해 지역별 편차가 클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표에서 제시한 정도가 각 지역별 조직화의 장기적인 목표로 삼을 만하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 표를 보면 정말 서울이랑 경기도가 대한민국 지역균형 발전 면에서는 ×새끼라는 걸 절감할 수 있다.


행정구역

 10~19세 인구

10대 인구의 1% (반올림한 천단위명수)

전국

6,630,196

66,302 (6만6천명)

서울특별시

1,192,541

11,925 (1만2천명)

부산광역시

425,476

4,255 (4천명)

대구광역시

348,631

3,486 (3천명)

인천광역시

378,811

3,788 (4천명)

광주광역시

228,820

2,288 (2천명)

대전광역시

216,500

2,165 (2천명)

울산광역시

168,134

1,681 (2천명)

경기도

1,650,374

16,504 (1만7천명)

강원도

195,462

1,955 (2천명)

충청북도

208,288

2,083 (2천명)

충청남도

266,047

2,660 (3천명)

전라북도

25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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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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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444,796

4,448 (4천명)

제주특별자치도

83,894

839 (1천명)



◎ 조직화 방법론 : 외곽조직, 지역․학교 거점, 매체 개발 등


그러나, 다들 실감하고 있겠지만, 6만이라는 수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 6만명이 모두 활동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소 느슨한 조직화를 내다보더라도 그렇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만 해도 지금 당장 200명 조직화도 어려워서 허덕이는데 무슨 만 단위의 조직화를 바라본단 말인가? 물론 나도 당장 짠하고 6만명이 조직화될 마법의 기술을 소개할 능력은 없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저 1% 수준의 조직화가 약간 현실화될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이라도 보일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걸 다 하면서 온힘을 다해 뛰더라도 약 10년 정도 뒤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거기에 이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직화를 위한 방법론들을 몇 가지 제안해보려고 한다.


하나는 '외곽조직'이다. 외곽조직이 무엇인지는 중심에 있는 본 조직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을 상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보자. 아수나로의 활동회원이 된다는 것은 사실 은근히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며, 해야 하는 활동의 양도 많은 편이다. 아수나로의 주장이나 조직 내에서의 감수성을 봐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아수나로에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수천명 수만명의 청소년 대중을 조직화해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 '외곽조직'의 형태로 조직화를 꾀해볼 수 있다. 아수나로로 청소년들을 가입시켜서 조직화하는 것이 아니라, 아수나로 멤버쉽을 가지지는 않더라도 아수나로에서 하는 모임이나 사업 등에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청소년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가짐으로써 간접적인 조직화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수나로 지부가 지역에서 청소년 아카데미 사업을 한다면, 거기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아수나로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카데미 참가자로서의 멤버쉽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카데미를 통해서 정세에 따라서 청소년들에게 청소년인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청소년들은 아카데미에서 얻은 정보로 낮은 수준의 참여를 할 수 있고, 아수나로에도 자신들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아카데미를 예로 들었지만, 학교에 인권․토론 동아리 등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아수나로 회원이 학교 안에 활동의 일환으로 동아리를 꾸린다면, 그 학교 동아리는 아수나로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수나로와 접점을 가지고 교류하는 외곽조직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아수나로에서 특정한 이슈에 대해 활동을 하면서, 그 활동을 하기 위한 별도의 청소년모임 같은 것을 꾸리는 것도 일종의 외곽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밖에 다른 청소년운동 사안에 대한 동의와 상관없이, 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 그 활동을 하기 위해서 프로젝트팀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청소년들이 그 활동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아수나로와 접점을 가지고 교류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외곽조직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외곽조직이라고 하면 뒤에 뭔가가 숨어 있을 것 같고, 뭔가 조종하고 이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의도를 감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이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이러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다. 여러분이 아수나로 회원이 되거나 아수나로에 가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이 활동(아카데미, 캠프, 프로젝트팀, 동아리 등등)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걸 얻고, 아수나로는 청소년인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라고 대놓고 이야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가 그 중에 청소년운동에 필이 꽂힌 사람은 아수나로에도 가입하고 청소년활동가가 될 수도 있을 터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중조직화를 넓히기 위해서는 어떤 단체․조직에 직접 가입시키는 것 외에도 이런 외곽조직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외곽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결국 하나의 단일한 대중조직으로 청소년들을 조직화하는 방향성은 좀 약화되는 셈이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대중조직화 노선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단일한 대중조직을 꾀한다고 하더라도 중간단계로 외곽조직 방법론을 버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곽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나아가서 더 많은 조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학교들과 지역에 거점을 설정하고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은 이러쿵저러쿵 해도 어쨌건 아직은 초중고등학교이다. 그러므로 동아리를 만들든 아니면 비공식적 소모임을 만들든 학교 안에서 가능한 경우에는 모임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학교 안에 이런 모임 조직을 하기 위해 동아리․소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노하우를 쌓고,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물론 학내 조직화는 만만치 않다. 대학교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좀 있는 것도 아니고, 교사들의 간섭이나 학교 측의 탄압, 학교 안에서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의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무조건 학내 조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급해하기보다는, 가능한 여건의 학교에서 안정적인 모임을 만들고, 전반적인 학교 안 여건을 개선시키는 데도 힘써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역 거점을 만드는 것도 꽤 효과적일 수 있다. 구나 동 정도의 작은 단위에서 그 지역 청소년들 수십명 정도를 모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게 되면 조직화는 확실히 현재보다 더 진전을 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아카데미나 캠프 등 여러 가지 방식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나 프로그램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모으고, 그 청소년들 중에 적극적인 일부와 계속 관계를 맺으며, 낮은 수위의 활동을 지역 차원에서 넓혀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청소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지역운동을 하고 있는 여러 시민단체, 풀뿌리단체 등과 협력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 대상 강좌를 열거나 사업을 하고 이른바 '마을만들기'를 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방자치에서도 아동․청소년들은 대부분 소외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루트를 통해서 지역에서 주민들의 청소년인권에 대한 의식․감수성을 높이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그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조직화해내고 청소년운동을 전개할 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매체 개발이다. 청소년 대중조직화를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수만명의 청소년들을 조직화하고, 그 청소년들에게 효과적으로 접촉․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즉 정보를 전달하고 주고받기 위해서는 매체가 필요하다. 이 매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청소년들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가 되며, 또 지금 청소년운동을 하는 주체들이 청소년 대중에게 좀 더 폭넓게 이야기와 정보를 전달하고 선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조직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되면 홍보․컨텐츠제공․참여활성화 등 조직화의 주요한 도구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체는 인터넷을 이용한 매체일 수도 있고, 종이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형태일 수도 있다.


이 매체에서 중요한 것은 발간되고 소통되는 주기가 너무 길어서는 안 되고, 생활에 밀착해서 생활 속에서 유통되고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체는 청소년운동을 하는 주체들의 관점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하겠지만, 많은 부분을 청소년 대중에게 열어둠으로써 단순한 선전이 아니라 쌍방향 교류가 가능해야만 더 효과적으로 청소년들의 조직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체를 만들고 운영할 때 가장 문제가 될 것은 역시 재정 문제일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받는 구독료 등은 최소화해야 하며, 적절한 광고나 지원 등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난점이다. 언론이라거나 매체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논의가 되었기 때문에 굳이 더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 맺으며 : 몸으로 부딪쳐보자!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마, 눈치를 채셨을 것이다. 그렇다. 이건 탁상공론이다! 여기 있는 이야기만을 가지고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를 추진할 수는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역에 따라서,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할지,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계획과 시행착오와 경험들도 필요하다. 예컨대 서울에서 1%, 1만2천명을 조직화하려면, 구별로 약 4~500명을 조직화한단 소리다. 아무리 외곽조직과 대중적인 매체 개발 등을 활용한다고 해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택도 없는 얘기다. 또, 저렇게 지역별 학교별 거점을 만들고 조직화를 하기 위해서는 그 조직화를 처음 시작할 활동가 주체들 역시 필요하다. 현재 전체 청소년활동가들의 수를 다 헤아려도 300명이 채 못될 테니 곤란한 조건이다. 6만명을 조직화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못 해도 600명, 아니 1천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뭐 기왕 탁상공론을 하는 거, 좀 더 해보도록 하자. 당장 있는 어느 정도 적극적인 청소년 활동가들의 수를 100명으로 잡아보겠다. 이 100명이 2년 동안 앞서 말한 방법들을 사용하여 1000명을 조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보자. 2년 동안 100명 중에 50명은 비청소년이 되거나 여러 이유로 활동을 그만둔다. 그리고 새로 조직화된 청소년들 중 5%, 50명은 또 적극적인 활동가가 될 거라 가정해보자.(5%도 너무 크게 잡은 건 아닐까 싶다.ㅠㅠ) 그러면 이제 950명의 조직화된 덜 적극적인 청소년들과 100명의 적극적인 청소년활동가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또 …… 보다시피, 수를 늘리는 게 만만치 않다. 어쨌건 2년간 1인 평균 10명의 효율은 넘어서야 좀 더 조직화가 진척을 보일 듯하다. 좀 더 조직화 방법을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노하우를 쌓고, 그리고 적극적인 청소년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조직하는 것부터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일단 단기적인 1~2년 계획은 좀 느슨하더라도 조직화된 청소년 1000명, 그리고 적극적인 청소년활동가 200명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식의 숫자놀음은 지겹다고? 나도 지겹다. 그러니까 이제 숫자 이야기는 그만하겠다. 이런 계산을 통해서는 그저 1% 조직화라는 목표라 짧아도 10년, 길면 20~30년은 걸릴 장기적 목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을 뿐이다. 대중조직화라는 게, 이런 산술적인 방식으로 되는 건 분명히 아니다. 오히려 사회 상황에 따라서 어떤 계기가 생기면 폭발적으로 조직화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안 될 땐 아주 안 되기도 하는 게 대중조직화다. 조직화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여러 투쟁은 계속 진행될 것이니, 만약 투쟁의 성과로 학교 안에서 조직화하기 용이한 조건을 쟁취하게 되면 더 빠른 속도로 조직화를 늘릴 수도 있을 것이고….


뭐 일단은 5년 이내의 단기적 목표로는 조직화된 청소년 1만명이라도 넘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조직화를 추진해가는 와중에 '대중조직'을 직접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효과적일 것 같다는 때도 올 것이다. 그럴 때는 "전국청소년권리연대"라거나 "전국중고등학교학생회연합"이라거나 뭐 그런 것을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방법들을 얘기해보았지만, 어느 정도 활동가들이 확보된다면 그 시점부터는 청소년의 권익을 목표로 한 청소년조합이나 연합 같은 것을 만들기로 결의하고, 그 조합의 모토와 지향과 표어를 간결하게 정하고, 그 다음에는 그 조합에 가입하라고 1년여 동안 가입서를 들고 다니며 직접 학교에서 지역에서 조합원 가입을 시키는 방식으로 대중조직화에 도전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조합에 가입한 청소년들과 학교․지역 차원의 프로그램과 모임을 꾸려서 돌리고, 그러다가 5천명이라거나 1만명 등 목표한 수를 돌파하면 그 대중조직의 출범을 정식 선언하는 것이다. 대중조직화에는 그런 식으로 직접 부딪쳐 보는 게 중요하다.


약간 더 구체적으로, 대중조직화를 위해서 지금 우리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은 대충 이정도일 것이다. ㉠ 지역 차원에서 지역․학교에 거점을 만들고 조직화하려는 노력 ㉡ 전국․중앙 차원에서 매체를 개발하고 운영하고 배포하려는 노력 ㉢ 지역별 조직화 시도들을 연계시키고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노력. ㉣ 전문성이 있는 집단에서 교육 등 운영할 만한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지부들이나 여타의 지역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청소년운동의 주체들은, 활동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조직화 사업을 하나씩은 추가해서 시도해보자. 지역 단위여도 좋고 학내 단위여도 좋다. 아카데미 형태이든 강좌 형태이든 공간 형태이든 프로젝트팀 형태이든 동아리 형태이든 좋다. 지금까지 청소년운동에서 의식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벌인 건 그리 많지 않았잖은가? 그리고 그런 조직화 노력의 기록들을 모으고 축적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보자. 좀 더 효과적인 조직화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청소년운동에서 적극적인 활동가들은 매체 개발 준비를 시작해보자. 청소년운동의 대중적 매체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보급되기만 해도 조직화나 청소년운동은 한 발 더 크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진전이 되면, 바로 앞에서 말한 대로 대중조직을 만들기 위해 직접 회원을 모으고 다니면서 출범을 준비하는 것도 괜찮고.


글을 쓰면 쓸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라는 목표가 얼마나 달성하기 어렵고 무거운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숫자 하나 단어 하나를 치면서 그 무게가 점점 더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청소년운동은 이제 적극적인 소수의 청소년활동가들의 이슈파이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성과도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이나 이슈에 따라서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도 적지 않게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는다면 5년 10년 후에는 청소년운동은 정말로 속수무책으로 손 쓸 수 없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제 곧 수감되어서 1년 반 동안 운동에 보탬도 못 되는 주제에, 이토록 긴 탁상공론 한 번 펼쳐본 이유는 바로 그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청소년운동 대중조직화". 이제 말로만 하지 말고, 구호로만 남겨두지도 말고, 명확한 개념으로 만들어 기획으로 구체적 수치와 행위와 목표로, 그리고 실천으로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운동대중조직화를위한탁상공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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