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6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그것이 바로 내셔널리즘 아닌가? ※ 〈아이 캔 스피크〉 미리니름(스포일러)이 가득합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 〈아이 캔 스피크〉를 보았다.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최근 〈리얼〉이나 〈VIP〉나 〈군함도〉로 내려가 있던 한국 상업 영화에 대한 기대치와 상호 작용하여, 상대 평가를 한다면 꽤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내용을 다룬 대중적인 영화의 계보 속에서 이 영화가 실현한 미덕이나 진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어쨌건 〈아이 캔 스피크〉가 한국 상업 영화의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재미있는 것 이후에라도 이 영화의 문제점이나 ‘해로움’을 좀 더 말해야겠다고 느꼈다. 어느 쪽으로든 말하고 싶어지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점에..

흘러들어온꿈 2017.11.05

실수할 기회가 필요한 이유 - 겨울왕국 리뷰

오늘의교육 19호에 쓴 겨울왕국 리뷰 http://combut.maru.net/xe/journal_list/2168 실수할 기회가 필요한 이유 (또는 '나이를 먹으면 자동으로 성숙해진다는 신화에 대한 반박') - 『겨울왕국』(크리스 벅/제니퍼 리, 108분, 3D 애니메이션) 1000만 관객이 극장에서 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원제 Frozen).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낀 것은 일단 순수한 감탄이었다.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이정도로 발전했다니! 머리카락 한 올, 눈송이 하나하나를 보다보면, 『겨울왕국』의 캐릭터들과 장면들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이 얼마나 많은 그래픽적인 노고를 들였을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캐릭터들의 표정은 풍부하고 눈짓 하나 미묘한 입가의 움직임으로 감정이 전달된..

흘러들어온꿈 2014.04.04

영화 변호인 감상

1. 우선 영화는 약간 내 취향은 아니었다. 법정 드라마 요소를 기대하고 보는 관객으로선 실망스러울 거라고 생각. 물론 당시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이긴 한데...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을 끊임없이 다루는 방식이다.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도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하기보다는 격앙된 분노를 보여주는 데 장면을 주로 할애한다. 80년대 남한의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려는, 남영동 같은 의도라면 성공적인 편인데... 영화로서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내부고발을 감행하는 과정이나 그 인물을 법정에 불러오기까지의 과정도 감동적으로 또는 스릴 있게 그리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함. 그래서 볼 만한 영화이긴 한데,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라는 느낌..

흘러들어온꿈 2014.01.04

제13회 인권영화제 불허! 청계광장이 경찰 거냐?

지난 2, 3월 이전부터 점찍어놓고 있었고 시설관리공단에 사용료까지 다 납부해서 사용 허가를 받았던 제13회 서울인권영화제가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서울인권영화제는 1996년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씨가 구속되고 상영장 대여가 금지되는 등의 온갖 탄압을 뚫고서 인권을 옹호하는 영화, 인권을 말하는 영화, 그리고 상영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인 영화들을 상영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무료란 것!? *_*) 사전심의-검열에 반대하면서 심의를 받지 않고 상영해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작년부터는 심의 없이는 상영관 대여가 안 된다고 하여 마로니에 공원에서 야외 상영을 하면서도 인권영화제는 자신의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사전심의에 응하지 않고, 상영관..

걸어가는꿈 2009.06.03

월-E 까칠한 메모

* 월-E를 매우 재밌게 보았고 보면서 울고 웃고 했으나, 여기 적는 건 약간 까칠한 내용이 많음. 쿠쿠 -_-; 1. 월-E 씨, 소중한 식물을 우주 공간에 그렇게 내놓으면 얼어 죽어염. 우주 공간이 진공이라는 건 절대0도에 가까운 온도라는 뜻이기도 하다는;;; 우주씬은 분명히 환상적이기는 했지만, 월-E가 우주선 폭발하고 날아와서 이브 앞에 식물을 꺼내놓았을 때는 깜딱 놀랐다. 저럼 식물 죽는데, 하고... 아무리 삭막한 지구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식물이라 하더라도 우주의 극저온 진공에 적응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긴 생각해보면, 그 장면에서는 그런 연출이 가장 적절했을 수도 있겠다. 이런 건 너무 따지지 말자; 2. 왜 엑시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인가? 기업에서 만든 우주선이라서 ..

흘러들어온꿈 2008.08.23

영화 [방문자] - 누가 왜 내 방문을 두드리나? -'방문'과 '변화'-

- 신동일 감독 - 상영시간 91분 - 2006년 11월 개봉 누가 왜 내 방문을 두드리나? - '방문'과 '변화' - 1 호준 호준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 정체된 인물이다. 비판은 있으나 힘이 없다는 인식. 무력감. 호준이 가장 힘이 넘치는 순간들에서, 그러니까 영화관에서 싸움을 벌이고 택시 안에서 싸움을 벌일 때, 나는 오히려 그런 무력감을 느꼈다. 대학 동창들과 만나서 벌이는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준은 스크린에 등장하는 동창들처럼 세상과 타협하지도 않았지만, 동시에 세상에 적극 저항할 힘을 잃어버렸다. 중고차를 팔아야 하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경제 여건. 이혼. 이상의 좌절. “우리들이 믿었었던 새로운 세상을 위한 꿈들은 이제는 유행이 지난 이야기라고 해.” (동물원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흘러들어온꿈 200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