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꿈 695

‘체벌의 교육적 효과’라는 말의 모순과 본질

‘체벌의 교육적 효과’라는 말의 모순과 본질 체벌 사건이 불거진 어느 한 중학교에, 면담을 하러 찾아갔을 때 일이다. 어느 한 학부모가 “잘못을 하면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라는 말을 했다. 한창 논쟁 중이었던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화가 나서 그동안 마음에 꾹꾹 담아 두었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선생님, 제가 선생님이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선생님의 잘못을 고치기 위해 선생님을 때리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안 되지 않습니까?” 이 말은 단순히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지라고 요구하는 발언이거나 싸가지 없는 발언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체벌 옹호론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고자 했던 말이었다. 체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주장 중에는 이런 게 있다. “잘못을 하..

걸어가는꿈 2011.04.28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기자회견 때 주옥같은 발언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둠코 :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둠코라고 합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려고 같이 활동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가판을 깔고 수임인들 옆에서 전단지를 나눠드리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 분들께 말을 건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명은 생각만큼 많이 모이질 않아요. 학생인권이 긴 시간 동안 쟁점이 되고 토론이 되고 했는데 그게 과연 그럴 만한 내용인지,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인간이고 그렇기에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고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서울시민의 힘으로 제정하려는 학생인권조례는 완성이 아니라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겨우 몇 대 안 맞는 걸로 안심하고, 머리 안 깎이려고 아둥바둥..

걸어가는꿈 2011.04.12

청소년운동에 몰입하시죠?

* 이 글에서 '연대'는, 대체로는 제 개념에서는 '운동과 운동 사이의 협력'이라는 의미로 쓰려고 합니다. 그냥 다 '협력'이라고 쓰고 싶지만 '연대'라는 말이 통용되는 말이니 아직은 사용되는 언어에 따라야겠지요. 0 시작하며 실은, 굳이 이런 글을 안 쓰려고 했습니다. 자기 주장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제가 최소한의 신뢰와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예, 뭐 자기가 주장한 만큼 그걸 책임지고 해나가겠지요. 어차피 올해 안에, 길게 봐야 올해 말 ~ 내년 초 사이에 병역거부를 앞두고 있는 저로서는, 실천이 담보되기만 한다면 굳이 청소년운동이나 아수나로에 관한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스로를 아수나로 활동가라고 생각하고 아수나로가 어떤 청소년운동을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사유..

걸어가는꿈 2011.04.12

망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기

운동을 할 때, 가장 갑갑스러운 상황은 언제일까요? 여러 경우들이 다 갑갑스럽겠지만, 저는 감히 '망하지 않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 가장 갑갑스럽다고 하고 싶네요. 이걸 해서 최대치까지 해봤자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아니라 겨우겨우 후퇴하는 거나 망하는 걸 막는 정도일 때... 노력하는 거에 비해 주어지는 보상이 없는 거 같죠, 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짓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많지요. 뭐 개중에는 우리가 그냥 무시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것도 없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게 문제죠. 그러니까 '갑갑스러운' 것 아니겠습니까?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에 참여하는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뭐랄까, 청소..

걸어가는꿈 2011.04.06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우편 서명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71162.html 오늘 홍세화 씨의 한겨레 칼럼이 나간 뒤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 서울본부 전화기에는 불이 나고 있다. 5분마다 한 통씩 서명 방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다운받는 시스템이 조금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바로 다운 받을 수 있도록 블로그에 하나 올려둔다. 우편 서명용지로, 쓰신 후에 접어서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바로 온다. 우표도 필요 없다. 서명 1장당 270원 정도를 서울본부에서 부담하는 수취인 후납 우편이다. 광장조례도 마감 1달 전에 5만명이 부족해서 비상이 걸렸고 결국 시민들의 참여로 10만이 넘는 서명을 모을 수 있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 꼭 ..

걸어가는꿈 2011.04.04

[인권오름] 어떤 세계인권선언 번역의 묘한 생략

어떤 세계인권선언 번역의 묘한 생략 현병철은 문제지만 문제는 현병철이 아니다 기사인쇄 공현 이상한 ‘세계인권선언’의 발견 사실 그 번역문을 올해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2008년 12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서 2008 인권선언 운동을 준비할 때, 세계인권선언 내용을 봐야 할 일이 있어 찾아보다가 국가인권위원회 사이트에서 한 번 흘끗 봤다. 하지만 당시에는 찾으려고 하던 조항을 찾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어서 미처 문제점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다른 계기로 자세히 읽다가 깜짝 놀랐던 것이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냐 하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세계인권선언 읽기 운동을 하면서 공식 게재했던 세계인권선언 한글 번역문, 그 중에서도 전문(前文)에 관한 이야기다. ..

걸어가는꿈 2011.04.01

[출범선언] 시민의 힘으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향한 힘찬 항해를 시작한다

시민의 힘으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향한 힘찬 항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오늘, 학생의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교육을 향한 힘찬 항해를 시작한다.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기보다 두려워하도록 만드는 교육, 체벌․폭언․차별 등 온갖 인간적 모멸이 판치는 교육, 거짓 동의와 거짓 자백이 강요되는 교육, 격려와 소통은 온데간데없고 강압과 지시만이 지배하는 교육이 우리가 떠나온 출발지다. 존중의 기쁨과 자유의 공기를 갈망하는 학생들이 뱃머리에 서서 우리의 항해를 재촉한다. 부당한 규정을 둘러싸고 학생들과 숨바꼭질을 벌이느라 교육자로서 자긍심을 찾을 길 없던 교사들이 함께 승선했다. 가혹한 경쟁과 훈육 시스템에 학생들이 볼모잡혀 있는 사이 자신조차 볼모가 돼야 했던 학부모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가 외려 독재와 차..

걸어가는꿈 2011.03.25

[토론회] "당신들의 어린이날" (2011/03/26)

일시: 3월 26일 오후 2시 장소: 홍대입구역 철거건물 두리반 3층 주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혁명적육식주의자동맹 내용: 뭐 없는 토론회... 기조 일제강점기, 어린이의 인격적해방과 윤리적해방을 주장했던 어린이날 운동에 대해 당국은 우량아 선발대회와 창경원 관람 할인으로 응수했다. 민족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을 막론한 소위 ‘운동권’은 어린이 역시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구성원이라고 주장했고, 일제는 어린이를 잘 먹이고 잘 키워 충실한 국민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해방을 맞은 이후 어린이날은 국가가 인정하는 기념일이 되었고, 교과서에는 방정환의 얼굴이 실렸다. 그렇다면 어린이날은 승리했을까? 21세기 오늘날의 어린이날, 국가를 대신해 분유회사들이 우량아 선발대회를 개최..

걸어가는꿈 2011.03.24

[인권오름]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에서 본 청소년운동의 현재

“제대로 된 교육과 학생인권을 찾습니다” 청소년 집회 “실종신고”에서 본 청소년운동의 현재 기사인쇄 공현 청소년 집회 준비 과정은 좀 이상하다. 다른 집회들을 준비하는 과정과 비교해보면 그 우선순위가 전혀 다르다. 청소년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돈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부분은 바로 홍보이다. 충분한 홍보를 통해 조직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참여하도록 하지 않은 채 집회를 하면 50명도 채 오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나 여성운동 등을 비롯한 여러 운동들의 집회 준비 과정에서 홍보가 ‘이미 어느 정도 조직화된’ 사람들에게 집회를 확실히 주지시키고 참가를 독려하기 위한 것인 반면, 청소년 집회에서 ‘홍보’는 사실 집회 자체의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청소년운동의 씁쓸한 조직..

걸어가는꿈 201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