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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등급제에 대한 잠깐의 생각

수능등급제 사실상 폐지...교육계 반발 1. 참세상 기사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인데, 저 기사만큼은 표제 뽑는 게 무슨 조선일보 같네요. 기사 내용으로 보면 수능등급제 폐지에 반발한 건 전교조 뿐이고, 다른 교육운동 진영은 대통령인수위원회의 다른 교육정책들 전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건데... 마치 "교육계"가 수능등급제 폐지에 반발한다는 식으로 표제를 달고 있어요 -_- 2. 수능등급제는 없어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요. 일단 수능등급제는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60점 52점과 51점이 있는데 60점과 52점은 4등급이고 51점은 5등급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단박에 불합리하다고 느끼잖아요. 물론 저는 수능에서의 점수배점(2점, 3점, 4점 등등)이라거나, 그런 시험으로..

걸어가는꿈 2008.01.23

시 - 어느날 국회 앞에서

어느날 국회 앞에서 여의도공원에서 국회로 미끄러지는 잿빛 길 구호조차 미끄러지는 땡땡 얼은 날 잿빛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던 추운 날 미끄러짐 없이 걸리는 건 오직 너의 속삭임 구름은 추락하지 않아 비나 눈이 될 뿐이지 꿈은 추락하지 않고 뭐가 될까 시간은 섬세하게 우리를 손질하고 마모되는 감촉에도 손길은 무심하고 그래도 우리는 비명을 지르지 미끄러짐 없는 비명을 지르려 하지 국회 잔디밭은 푹신한 팬케잌 껍질 같지만 비벼보면 까끌하겠지 담벼락처럼 달콤한 건 검은 벽의 막막함 씁쓸한 건 살자는 속삭임 저 멀리 구름이 보이던 날 꿈은 추락하지 않고 뭐가 될까 -------------------------------------------------- 이 뒤를 쓸 수가 없어. 뭐가 될지 모르겠어. 번개가 될까?..

어설픈꿈 2008.01.19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의미, 간략하게 정리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라는 말은 이사야 벌린이라는 사람이 「자유의 두 개념」이라는 강연에서 논의한 이후로 곧잘 사용되어 왔다. 보수적 자유주의자였던 이사야 벌린은 이 글에서 자유라는 한 마디에 내포되어 있는 그 복잡한 의미들을 구분해내고, 공동체 참여와 자아실현 등을 역설하는 좌파의 적극적 자유론을 비판한다. 나중에 이 개념은 오히려 이사야 벌린 이후로 에리히 프롬이나 한나 아렌트에 의해서 소극적 자유(한나 아렌트의 경우에는 '해방')를 비판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가 자주 사용되는 용어라 해도, 그 의미는 사실 맥락에 따라 사뭇 다르다. 애초에 이사야 벌린이 사용한 것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1. 소극적 자유는 일반적으로 '구속의 결여', '타율적 ..

딱딱한꿈 2008.01.18

아나키즘과 청소년 해방

돕헤드가 상당히 의역을 한 거 같아서 원문도 구해보고 싶긴 하지만;; 뭐 여하간... 아나키즘과 청소년 해방 마크 시버스타인Marc Siverstein 지음 오늘날의 사회에서 아동은 독특한 방식으로 억압되어 있지만 이들이 겪는 억압에 대해서는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나 급진적인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잘 모르기 일쑤다. 불평등과 강요에 기반해 아동과 성인의 관계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보통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등의 사회적 억압과는 전혀 다른 문제로 받아들여지는데, 그 이유는 아동에 대한 차별이 어떻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아동은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미성년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을 내리거나, 자신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사..

흘러들어온꿈 2008.01.14

시 - 닫히는문

닫히는문 그대 방 앞에서 닫히는문을 만났다 문은 매순간 쾅하는 소릴 내며 눈앞에서 닫혔고 그때마다 속부터 몸살이 번져버려 꿈틀대는 내장은 남에겐 안 들리는 금가는 소리를 까진 무르팍 딱지새로 흐르는 피처럼 흘렸다 닫히는 문틈으로 손을 들이밀어 문틈으로라도 그대의 손가락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다시 문이 닫힐 때 내가 얼른 오른손을 내밀어 보아도 닫히는문은 그럴 틈도 주는 일 없이 내 마음에 금간 딱지만 더해주었다 나는 한 번도 그대의 방 안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대 방의 닫히는문은 나무로 된 낡은 파란 문은 항상 쾅하는 소리를 내며 닫혔기에 곧 부서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닫히는문은 나를 다치게 하는데 한편으론 또 누굴 다치게 하는지 그대 방 앞에서 닫히는문을 만났다 나는 계속 닫히는문 앞에서 바랜 ..

어설픈꿈 2008.01.13

시 - 중얼대는 낙서

중얼대는 낙서 벽에는 얼룩뿐이었다 얼룩들은 여기저기 꼬인 채로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는내꺼니께건들지말도록-**###♡###나축어->나추워기질특이성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세크레틴스테로이드글로코오스키네틴바르다 마나벤젠탄소화합물한국독립군광주1998미적분sinx'=cosx논리적사고호박개키농문구녕sexy뷩신약후자꽃우비연태싫어十世期딴나라당열대우 림당民主主義여만세개새끼나줄인간제존재의문제현대적주체의비판적고찰SUGAR 낙엽이 벽 위에서 숨결처럼 반짝이는 문자처럼 부스러져도 반응없는 대답없는 독백 낮고도 조용하게 떨림없이 반복되는 중얼댐 일요일 저녁 뉴스 앵커만큼 권태로운 중얼댐 전투기 소리처럼 공허하게 울리는 중얼댐 라디오 주파수 대역 밖의 침묵 같은 중얼댐 대답이란 눈빛이 하는 것이라 나 또한 거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서..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에누리

에누리 (2005년 8월) 요즘 세상은 참 이상하다. 규모가 크고 현대적인 가게에서는 손님들이 에누리를 잘 하지 않는다. 각종 할인 상품이 쏟아져 나오긴 하지만 거기에서 할인이란 손님과 가게 주인 사이의 흥정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가게 쪽의 일방적인 판매전략이다. 반면 시장이나 길거리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거래를 할 때는 곧잘 값을 깎는다. 부유한 자들의 물건을 살 때는 값을 깎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물건을 살 때 값을 깎는 셈이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中) 사람들은 때론..

어설픈꿈 2008.01.13

시 - 작은 역을 지나친 후

작은 역을 지나친 후 밤, 무궁화호 3호차 어둠에 사로잡힌 눈길 너머로 밤 위로 어렴풋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작은 역 하나 내가 좇던 그대는 바로 그런 역 무궁화호도 서지 않는 그런 역 플랫폼에 앉아 있을 것만 같네 나의 숨결은 점점 가라앉아가는 어느 역 대기의자에 묶이네 나는 숨결을 찾으러 의자 아래 거미집 곁으로 가려네 장화 발자국 위에 핀 꽃잎 곁으로 꿈틀대는 지렁이 곁으로 그대를 찾으러 가려네

어설픈꿈 2008.01.13

수필 - 읽고도 알지 못하는 걸까

이건 '수필'이라는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고 휙휙 써내려간 문자 그대로의 수필(?) ( 2005년 9월) 읽고도 알지 못하는 걸까 『모모』를 읽어보았는가. 그래, 그 얼마 전에 모 드라마에 나왔다고 하여 유명해진 그 책 말이다. (그 책이 드라마에 나오기 전에 대단히 인상 깊게 읽었던 사람으로서는 좀 씁쓸하다.) 세상에 나온 지 몇십 년 된 미하엘 엔데씨의 동화인지 소설인지 애매한 책 말이다. 그 책에서 첫째로 인상 깊었던 것이 귀기울 줄 아는 모모와 한 번 쓸고 한 번 숨쉬는 청소부 베포, 이야기꾼 기기의 삶이었고, 두번째로 인상깊었던 것이 회색신사들이었다. 회색신사라는 존재는 미하엘 엔데씨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모』를 읽어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자기 안에 얼마..

어설픈꿈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