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들어온꿈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는 무시해.

공현 2016. 2. 17. 10:49




 "염병할 붓질은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일필휘지야, 갈로텍. 나는 괜찮은 삶을 살았다. 주퀘도 사르마크의 삶은 찬란했다. 그래. 나는 죽음의 거장이었다. 내 최고의 순간이 언제인지 아나? 그것은 내 존재의 모든 시간이었다. 나는 항상 최고였다. 내 마지막 실패는, 그것이 내 실패이기에 이미 소중한 것, 최고의 것이었다. 그것은 완전무결함에 난 흠집 같은 것이 아니었어. 그것까지도 포함해서 완전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소중한 실패를 망쳐버렸다. 스스로 구축한 작품을 망쳐버렸지."

 "주퀘도."

 "갈로텍, 갈로텍."

 주퀘도는 회한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갈로텍은 자신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동요했다.

 "고집이라면 너도 나만큼 부릴 줄 아는 녀석이지. 마음껏 고집을 부려라. 집념을 발휘해라. 도덕을 요구하는 나약한 것들의 천박한 투정 따위는 무시해. 그것들은 도구인 도덕을 삶의 목적으로 만들어버려. 그리고 목적인 삶을 도덕의 도구로 바꾸지. 그런 것들은 무시해. 생사를 무시하고 누이를 괴물로 만들었다고 힐난하는 것들은 아가리 닥치라고 말해 줘. 신을 감히 감금했다고 파랗게 질린 것들의 얼굴에 오줌을 갈겨줘. 죽음의 거장은 그런 너를 축복하겠다. 하지만 제발 죽을 때까지만 그렇게 해라."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3』, pp.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