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은 아무 의미 없어. 쥐가 아무리 자신이 쥐가 아니라고 주장해도 고양이에겐 무의미한 것과 마찬가지야. 두 번째 요구 자체가 첫 번째와 세 번째를 내포하고 있으니까. 아아, 왜 세 번째뿐만이 아니라 첫 번째도 내포하냐고? 하나밖에 없을 땐 처음이라고 하지 않아. 그냥 하나지. 심지어 하나라는 말조차 생략할 때가 많아. 베로시 토프탈이 하나라고 말할 필요는 없잖아. 두 번째가 있을 때만 첫 번째가 만들어지는 거야. 두 번째는 그렇게 위험한 거지. 첫 번째와 세 번째를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넌 그걸 했어. 그러니 네 보증은 무의미해."
(『피를 마시는 새 6』, 이영도, p.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