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다시 묻는다 리뷰
31호 특집이랑 32호에 실린 후속에 대한 간단한 리뷰 ... 같은 것입니다.
- 31호 특집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제로 하여 구성됐습니다. 조합원들의 글이 많이 실린 것이 특징인데요.
'정치적 중립성'이 쟁점이 된다고 하면 보통 생각하는 한국사나 정책/정당에 대한 의견 표명 등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글을 읽어보면 정치성이라는 문제가 굉장히 폭넓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진은 자신이 사회주의자라고 밝혔던 일 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야자를 학생들이 희망대로 참여하게 한 것이나 학생인권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병우의 글은, '수행평가 비율'이라는 문제도 정치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병우는 수행평가 비율 70%를 적용하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분배방식과 평등의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두발자유 운동을 하다가 '학생을 선동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라는 죄로 징계를 받은 류제민이나, 학교에서 강제전보를 당한 동대부고 교사들의 이야기도 또한 흔히 생각하는 '정치적 중립성'의 영역을 다소 벗어나 있습니다. 또한 미나리는 '성교육 표준안' 문제를 언급하며, 국가에 의해서 성교육에 대해 지침을 정하고 제한을 가하는 것이 주는 느낌을 토로합니다. 성교육 역시 하나의 정치적 문제인 것입니다.
-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글들에서 제가 읽은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 같습니다. 하나는 일상적인 삶이 곧 정치적인 문제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가의 통제, 권력자가 유도/강제하고자 하는 방향성 자체가 정치 문제를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32호 후속에서는 이어서, 세월호참사 416교과서 쟁점을 다룹니다. 조영선의 문제의식은 곧 국가가 이를 '금서'로 규정한 행위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행위임을 폭로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장은주가 '메리토크라시'와 민주시민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한 이야기 역시 이와 같이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경쟁과 차별, 모욕, 능력주의 등으로 구성된 학교 교육 제도 자체가 시민들을 무력화시킨다는 정치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논하면서 교육제도와 교육방식의 문제를 비켜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 밀루는 민주시민교육/정치교육을 하겠다고 나서는 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민주주의를 가르쳐라?'나 조영선 등이 이야기한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논의하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어떤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이야기나 누구 대통령을 찬양하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치적 문제들이 우리 일상 속에 교육 속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수행평가 비율, 억압적 학교 규칙, 성교육 등 모든 문제들이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성을 강제하는 국가의 태도가 말도 안 되는 것임이 더욱 더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런 것들도 모두 정치적 문제가 되므로, 올바른 정치의식이나 민주시민의 자질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접근 방법 역시 동일한 한계를 지닐 것입니다. -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따로 읽고 함께 이야기하기'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