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선풍기 날개가 가출했다 어느날 문은 열려있지 않았지만 날개들은 가출했다 집을 나간 날개들이 어디를 갔는지는 하얗게 떨어뜨리고 간 바람의 자취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누구에게 날을 세웠는지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 홀로 남은 날개만이 창살 속에서 궁금해 할 뿐 창살 속 허공이 외로운 날개를 흔든다 흔들리는 날개는 돌지 못한다 혼자 쓰게 된 방 안에서 제대로 숨쉬지 못한다 ---------------------------------------------- 2005.08 쓴 시. 어째서인지 난 썩 맘에 들어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꽤 싫어하지 않더라. 실제로 선풍기가 부러지면 버리거나 고치세요.